본문 바로가기

독서

명상록 (1)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아폴로니오스 덕분에 나는 자유롭게 사고하고 어떤 것도 생운에 맡기지 않겠다고 결심하였다. 나는 또 이성이 아닌 것은 그 어떤 것이든 잠시라도 눈 돌리지 않고 격심한 고통을 당하거나 자식을 여의거나 오랫동안 병을 앓아도 언제나 한결같고, 살아있는 본보기를 통해 같은 사람이 진지하면서도 상냥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자신의 경험과 교습 능력을 자신의 재능 가운데 가장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남을 가르칠 때 조급해하지 않는 사람을 그에게서 보았다. 어떻게 해야 비굴한 모습으로나 무관심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그럴듯한 호의를 베푸는 친구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플라톤학파 철학자 알렉산드로스 덕분에 나는 누군가에게 "시간이 없소"라고 불필요하게 너무 자주 말하거나 그 말을 편지에 써서는 안 되며, 급한 일이 생겼다는 핑계로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요구외는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네가 이런 일들을 미루어왔으며, 얼마나 자주 신들이 네게 기회를 주었건만 이를 이용하지 않았는지 상기하라. 이제야말로 네가 그 일부분에 불과한 우주가 어떤 종류의 것이고, 네가 그 유출물에 불과한 우주의 지배자가 어떤 분인지 알아야 할 때이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그 시간을 마음의 평정을 얻는 데 쓰지 않으면 너의 시간도, 너도 사라질 것이고, 두 번 다시 그런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행하고 말하고 생각하라.

 

인간의 혼이 자신을 가장 학대하는 것은 첫째로 자기 탓으로 종양이나 이를테면 우주의 부스럼이 될 때이다. 발생하는 어떤 사태에 화를 내는 것은, 다은 모든 사물의 본성을 자신 속에 포함하는 반역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인간의 혼이 다은 사람에게 등을 돌리거나 성난 사람들의 혼이 그러하듯, 해칠 의도를 품고 맞설 때이다. 셋째로, 인간의 혼이 쾌락이나 고통에 제압될 때이다. 넷째로, 인간의 혼이 위장하고는 거짓으로 꾸며 무엇을 행하거나 말할 때이다. 다섯째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목적과 관련이 있어야 하는데, 인간의 혼이 자신의 어떤 행위나 충동을 못적에 맞추지 않고 어떤 일을 하든 계획이나 뚜렷한 목적 없이 행동할 때이다. 이성적인 피조물의 목적은 가장 오래된 국가의 이성과 법규를 준수하는 것이다.

 

인간이 사는 시간은 한순간이며, 그의 실체는 유동적이고 그의 지각은 불분명하다. 인간의 육신의 요소는 모두 썩게 되어 있고, 그의 혼은 하나의 소용돌이이다. 인간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고, 그에 대한 세간의 평은 불확실하다. 즉 육신의 모든 것은 강처럼 흘러가고, 혼의 모든 것은 꿈이요 연기이다. 삶은 전쟁이자 나그네의 체류이며, 사후의 명성은 망각이다.그렇다면 우리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었인가? 오직 한 가지, 철학뿐이다. 철학은 우리 내면의 신성을 모욕과 피해에서 지켜주고, 쾌락과 고통을 다스리게 하고, 계획 없이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게 하고, 거짓과 위선을 멀리하게 하고, 남이 행하든 말든 거기에 매이지 않게 하고, 나아가 일어나거나 주어진 것을 마치 자신이 온 곳으로부터 온 것인 양 기꺼이 받아들이게 한다.